어제 갤럭시 업데이트하고 나서 계산기 앱을 켰는데, 숫자 몇 개 누르기도 전에 "이거 계산하려는 거 맞죠?" 하고 결과가 먼저 튀어나왔어요. 순간 소름 돋았습니다. 2025년 UX/UI 트렌드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거예요 — 화면이 예뻐지는 방향에서 화면이 나를 알아채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갔다는 것. 오늘은 모바일, 게임, 사용자 경험 세 갈래로 나눠서 실제로 뭐가 달라졌는지 써볼게요.
모바일 UI 트렌드: 화면이 액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버튼은 그냥 색칠된 사각형이었어요. 눌리면 살짝 어두워지는 정도. 근데 요즘 나오는 앱들 보면 버튼 뒤로 배경이 흐릿하게 비치고, 손가락을 대면 표면이 살짝 굴절되는 느낌을 줍니다. 업계에서는 이걸 "액체 유리(Liquid Glass)" 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반투명한 유리판이 화면 위에 겹쳐진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에요.
왜 이게 예쁠까요? 단순히 '요즘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반투명 레이어는 뒤에 뭐가 있는지 살짝 보여주면서도 앞에 뭐가 중요한지 명확히 구분해줍니다. 완전 불투명한 버튼은 화면을 층층이 나눠버리지만, 반투명한 유리 질감은 "나는 여기 얹혀 있지만 너 배경도 안 가려" 하고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이 여백이 말을 하고 있어요 — 정확히는 여백이 아니라 '깊이'가 말을 하는 거지만, 원리는 똑같습니다. 비어있는 공간이 어디까지 비쳐 보이느냐로 화면의 위계를 정하는 거예요.
삼성 One UI 9에서 다크 모드 아이콘이 하나로 뭉쳐 있던 걸 개별로 분리하고 동작할 때마다 애니메이션을 넣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전엔 아이콘들이 진한 네이비 블랙 덩어리 하나로 취급됐다면, 이제는 각자 자기 존재감을 갖고 살짝 튕기거나 밀리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물체처럼 반응하는 거죠.

반투명이 유행이라기보다, 화면 안에 '층'이 몇 개인지 손가락으로도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에요
게임 UI 트렌드: 안 보이는 UI가 제일 잘 만든 UI다
게임 쪽은 방향이 좀 다릅니다. 모바일 앱이 화면을 예쁘게 꾸미는 데 집중한다면, 잘 만든 게임은 오히려 UI를 지우는 방향으로 갑니다. 체력바, 미니맵, 아이템 아이콘 — 이런 것들이 화면 구석에 따로 떠 있으면 사실 게임 세계와는 별개의 물건이잖아요. 최근 게임들은 이런 정보를 캐릭터의 옷이나 무기, 주변 환경 자체에 녹여 넣는 방식을 씁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화면 테두리가 붉게 물들거나, 캐릭터 팔에 새겨진 문양이 실제 데미지에 따라 흐려지는 식으로요.
이걸 디자인 업계에서는 '디에제틱 UI'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게임 속 세계관 안에 정보 표시를 숨겨서 화면 밖에서 정보를 읽는 게 아니라 게임 세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왜 이렇게 만들까요? 사람이 뭔가에 몰입할 때 가장 방해되는 게 '이건 화면이야'라는 자각이거든요. 체력바가 화면 위에 딱 박혀 있으면 계속 '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키지만, 정보가 캐릭터 자체에 녹아있으면 그 자각이 옅어집니다. 그리고 그 몰입이 결국 사용자가 오래 머무는 이유가 됩니다.
근데 정보를 숨기면 초보자는 어떻게 판단하죠? 라는 반론도 있어요 — 그래서 요즘 게임들은 튜토리얼 단계에서만 명시적 UI를 강하게 보여주고, 익숙해지면 서서히 지워버립니다
이 흐름이 재밌는 건, 모바일 앱도 비슷한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거예요. 알림이나 배지 숫자가 예전처럼 빨간 동그라미로 쌓여있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스르륵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도 결국 '화면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정보는 전달하기'라는 같은 고민에서 나온 답입니다.
사용자 경험 개선: 앱이 내 기억력을 대신 써주기 시작했다
여기가 가장 체감이 큰 변화예요. 예전 UX 개선은 대부분 "버튼을 더 크게", "메뉴를 더 단순하게" 같은 물리적 개선이었다면, 요즘은 "내가 뭘 하려는지 앱이 먼저 알아채는" 방향으로 갑니다.
구글 메시지 앱이 최근 채팅 안에서 목록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같이 수정할 수 있게 바뀐 걸 예로 들어볼게요. 예전이었으면 "장보기 리스트 만들자"고 하면 메모 앱 켜고, 캡처하고, 다시 채팅으로 돌아와서 붙여넣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앱 세 개를 오가는 동안 흐름이 끊기죠. 지금은 채팅창 안에서 리스트를 만들고 상대방이 바로 옆에서 항목을 체크하는 게 보입니다. 이건 글에서 다뤘던 구글의 최근 행보와도 이어지는데, 결국 사용자를 앱 안에 더 오래 붙잡아두려는 전략이 UX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셈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