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념과 포기, 뭐가 다른 거예요? — 싸움을 그만둔 자리에 남은 이상한 고요
화장실 문을 닫고 세면대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렸다. 찬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고 손끝은 금방 아렸는데, 방금까지 언성을 높이던 목소리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직 웅웅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더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화가 나야 할 자리엔 서늘한 물소리만 고여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체념한 거였다. 둘은 완전히 다른 동네에 사는 단어라는 걸, 그 물소리를 들으면서 처음 실감했다. 싸움을 그만둔 사람에게 나타나는 다섯 가지 순간 사람들이 "체념했다"는 말을 쓸 때 떠올리는 장면은 대체로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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