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랍 안에 오래된 플레이리스트가 하나 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제목도 붙였다. 대문자로, 감탄부호도 달아서. 트랙을 추가할 때마다 그 곡이 내 가슴 어딘가를 건드렸기 때문에 넣었다. 어떤 곡은 버스 창밖을 보다가 갑자기 울 뻔 했고, 어떤 곡은 새벽 두 시에 이어폰을 꽂고 혼자 방 안을 빙빙 돌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리스트를 틀어도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곡은 정확히 예전과 같은 박자로 흐른다. 내 귀도 열려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닿지 않는다. 이어폰을 낀 채 설거지를 하고, 볼륨을 올려보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