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아세요?! 제주 바닷속의 산호가 가지째 꺾인 것도, 누가 뽑은 것도 아닌데 스스로 형태를 잃고 주저앉고 있습니다. 나무처럼 꼿꼿하던 줄기가 축 늘어지고, 거꾸로 매달리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든 뒤 조직이 부서집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에 슬럼핑(slumping), 우리말로 ‘주저앉음’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포케 대리입니다. 처음 사진을 보고 저도 산호 아래에 작은 받침대라도 세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산호에게 필요한 건 받침대가 아니라 왜 몸속 압력의 균형이 무너졌는지 알아내는 일입니다. 2026년 9월 7일 Reuters가 제주 범섬 현장을 크게 다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논문과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기록이 그 속사정을 보여줍니다.
다만 시작부터 숫자를 정확히 잡겠습니다. “산호 절반이 무너졌다”가 아닙니다. 파란이 최근 관찰한 범섬 앞 특정 군락 하나에서 약 절반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입니다. 제주 전체 연산호의 절반이 죽었다는 통계가 아닙니다. 원인도 고수온 하나로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고수온과 장기간 저염분을 포함한 복합 스트레스가 유력한 후보이며, 연구진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할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
산호가 ‘주저앉는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제주 연산호는 이름 그대로 부드러운 산호입니다. 단단한 산호처럼 몸 전체를 받치는 탄산칼슘 골격이 없습니다. 대신 몸속 빈 공간을 바닷물로 채우고 그 압력, 즉 정수압 골격으로 형태를 유지합니다. 물이 가득 든 풍선이 팽팽할 때는 서 있지만 압력 균형이 깨지면 축 늘어지는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는 야생 비공생 연산호에서 심각한 형태 변화가 나타난 사례를 상세한 수중 사진과 함께 처음 학술적으로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형태를 ‘처짐(drooping)’, ‘매달림(dangle)’, ‘수축(deflation)’, ‘붕괴(disintegration)’로 분류하고, 그 앞에 몸이 붓는 듯한 ‘팽창(inflation)’ 단계가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 다섯 장면은 한 개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찍은 영상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시점과 장소에서 촬영된 여러 군락의 사진을 형태에 따라 분류한 것입니다. 논문도 이 분류가 확정된 시간 순서를 뜻하지 않으며, 반복 현장 관찰과 생리 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선을 긋습니다.

슬럼핑은 흔히 알려진 산호 백화와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백화는 주로 산호가 공생 조류를 잃거나 색소가 줄면서 하얗게 보이는 현상입니다. 슬럼핑은 몸의 구조적 긴장을 잃고 형태가 무너지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한 산호에서 색 변화와 조직 손상이 함께 보일 수는 있지만, “하얗다”와 “주저앉았다”를 같은 진단명처럼 쓰면 안 됩니다.

이게 왜 이러냐면요: 산호 몸 안팎의 물 균형이 흔들립니다
바닷물의 염분이 낮아지면 산호 몸 안과 밖의 농도 차이가 달라집니다. 물은 농도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하려고 하고, 연산호처럼 주변 바닷물에 내부 상태가 크게 좌우되는 생물은 이 변화에 민감합니다. 처음에는 조직으로 물이 들어와 붓고, 낮은 염분이 오래 지속되면 세포 기능과 조직의 긴장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수온도 함께 봐야 합니다. 높은 수온은 산호의 대사와 스트레스 반응에 부담을 줍니다. 논문에서 슬럼핑 사진이 촬영된 당시 현장 수온은 28.6~30.5°C였습니다. 관련 실험 연구에서는 제주 온대성 비공생 연산호가 30°C에서 점액 분비 증가와 조직 긴장 저하를 보인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30°C가 되면 반드시 무너진다”는 공식은 아닙니다. 종과 수심, 해류, 노출 시간, 염분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2024년 제주 남부 해역은 연구에 사용한 최근 10년 자료 가운데 여름 평균 수온이 가장 높고 평균 염분이 가장 낮았습니다. 특히 저염분 상태가 약 50일 이어졌습니다. 연구진이 만든 DFW(Degree Freshening Week)는 낮아진 염분의 강도와 지속 시간을 함께 재는 지표입니다. 순간적으로 아주 싱거워진 하루보다, 조금 낮은 염분이 여러 주 이어지는 상황이 누적 스트레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