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저를 꺼내는 손이 잠깐 멈췄다. 찬장 두 번째 칸, 접시 무더기 바로 왼쪽. 그 자리에 항상 있던 머그잔이 없었다. 정확히는,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어제 내가 꺼내서 씻고 건조대에 올려뒀으니까. 건조대에서 찬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가 그걸 안 했으니까. 별일도 아닌 그 사실을 인식하는 데 3초가 걸렸고, 그 3초 동안 뭔가가 흔들렸다. 뭘.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에 혼자 있었다. 탓할 사람도, 탓받을 사람도 없는 평온한 아침이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 비라서 소리가 두꺼웠다. 에어컨은 꺼진 채였고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