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잔을 들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아주 가득 채워진 찻잔을, 쏟지 않으려고 천천히 들어야 할 때의 그 감각. 손에 힘을 빼면 안 되고, 호흡을 고르고, 팔꿈치를 몸통에 붙이고,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 이게 왜 내 일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넘치도록 채워 놓은 건 내가 아닌데, 쏟지 않아야 하는 책임은 왜 나한테 있는 건지. 그 감각이 어릴 때부터 이미 익숙했다. ## "착한 아이는 참는 아이"라는 말의 뒷면 나는 꽤 일찍부터 '참는 것'이 미덕으로 통한다는 걸 배웠다. 밥상에서 내가 원하는 걸 먼저 집으면 안 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