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메뉴판을 보다가 멈춰본 적 있으시죠. 아메리카노가 2,000원짜리도 있고 6,000원짜리도 있는데, 뭐가 다른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싼 걸 고르면 손해 보는 것 같고, 비싼 걸 고르면 호구 잡히는 것 같고요.
지금 AI 모델 시장이 정확히 그 상태입니다. 9월 1일과 2일, 이틀 사이에 두 회사가 연달아 가격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내려간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달라서, 가격표를 나란히 놓고 봐도 뭘 골라야 할지 더 헷갈립니다.
먼저 요구사항부터 정의해볼게요. 이 글의 목표는 "어떤 모델이 제일 좋은가"에 답하는 게 아닙니다. 그 질문은 답이 없거든요. "내 일에 맞는 걸 어떻게 고르는가", 그 판단 기준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틀 동안 벌어진 일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이렇습니다.

9월 1일, 앤트로픽이 클로드 페이블 5.1을 내놓으면서 캐시 읽기 가격을 100만 토큰당 1달러에서 25센트로 내렸습니다. 75% 인하죠. 기본 가격($10/$50)은 그대로 뒀습니다.
9월 2일, 구글이 제미나이 3.8 플래시를 100만 토큰당 0.75달러에 내놨습니다. 이건 지난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여기서 캐시를 한 문장으로 풀면, "같은 자료를 또 읽힐 때 앞서 읽은 걸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긴 문서나 코드를 매번 통째로 다시 넣는 작업에서는 이 비용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두 회사가 같은 날 가격을 내렸다고 뭉뚱그리면 안 됩니다. 한쪽은 정가를 내렸고, 다른 쪽은 특정 상황의 요금만 내렸어요. 완전히 다른 결정입니다.
가격이 내려간 진짜 이유
두 회사가 갑자기 착해진 게 아닙니다. 배경에 깔린 게 있어요.

3주 전인 8월 14일, 알리바바가 Qwen3.8-27B를 Apache 2.0 라이선스로 공개했습니다. 오픈웨이트, 즉 모델 파일을 그냥 받아서 내 컴퓨터에서 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토큰 요금이 아예 없습니다.
성능이 장난감 수준이면 얘기가 다른데, 그렇지 않습니다. 벤치마크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는 이 모델을 GPT-5.6 루나와 같은 등급으로 놨고, 공개 며칠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넘겼습니다. 27B 크기라 개인 PC에서 돌아가고요.
그리고 이건 한 회사 이야기가 아닙니다. 딥시크·Qwen·GLM·Kimi·미니맥스 같은 중국 공급자들이 2026년 중반 기준 시장의 46%를 가져갔습니다.
바닥이 0원으로 깔린 겁니다. 유료 모델들은 이제 "우리가 제일 똑똑하다"만으로는 부족하고, "이 값을 낼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9월의 두 가격 조정은 그 대답이에요.
그래서 어떻게 고르나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가격표를 비교하는 대신 요구사항부터 정의합니다.

네 질문을 순서대로 놓은 이유가 있습니다.
1번(난이도)이 먼저인 건, 여기서 이미 절반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요약·분류·번역처럼 한 번에 끝나는 일이라면 저가 모델로 충분합니다. 반대로 여러 단계를 스스로 밟아야 하는 일은 저가 모델의 성공률이 뚝 떨어집니다.
2번(반복)이 두 번째인 건, 이번 앤트로픽의 인하가 정확히 이 지점을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문서·코드베이스를 계속 다시 읽히는 구조라면 캐시 요금이 총액을 좌우합니다. 일반적인 작업에서 약 25%, 반복이 심한 작업에서는 약 45%까지 총비용이 줄어든다고 하니, 해당되면 큰 차이입니다. 반대로 매번 다른 자료를 넣는 구조라면 이 인하는 나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3번(데이터)은 가격 문제가 아닙니다. 고객 정보나 미공개 자료를 다룬다면, 얼마인지보다 그 데이터가 어디에 남는지가 먼저입니다. 앤트로픽이 이번에 기업용 제로 데이터 보존 옵션을 되살린 것도 이 요구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고요. 조건이 까다로우면 답은 내 컴퓨터에서 도는 오픈웨이트 쪽으로 기웁니다.
4번(검토)이 마지막인데, 사실 제일 중요합니다. AI가 낸 결과가 맞는지 확인할 사람이나 절차가 없다면, 어떤 모델을 골라도 틀린 걸 더 빨리 더 많이 만들 뿐입니다.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건 도구를 잘못 골라서가 아닙니다. 요구사항을 정의하지 않고 도구부터 골라서예요.
우려되는 부분
가격이 내려가는 건 좋은 소식인데, 이 흐름을 그대로 믿고 계획을 세우면 곤란합니다.
첫째, 지금 가격은 정상 가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미나이 3.8 플래시의 0.75달러는 2026년 12월 31일까지만이고, 2027년 1월 1일부터 정확히 두 배가 됩니다. 예정된 인상이지 사고가 아니에요.
둘째, 업계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빠듯합니다. 2026년 AI 기업의 평균 매출총이익률은 52%입니다. 2024년 41%에서 오르긴 했지만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한참 낮습니다. 지금의 저가 공세에는 성장을 위해 마진을 깎고 있는 부분이 섞여 있고, 그건 영원히 갈 수 없습니다.
셋째, 싸졌다고 총비용이 주는 게 아닙니다. 우버는 2026년 AI 예산을 4월에 다 써버렸습니다. 단가가 내려가면 더 많이 쓰게 되거든요. 단가와 총액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저는 세 번째가 제일 흔한 함정이라고 봅니다. "싸졌으니 더 써도 되겠다"가 예산 초과의 표준 경로예요.
그래서 내일 뭘 하면 되나
거창한 도입 계획은 필요 없습니다. 30분이면 되는 것부터 하세요.
| 순서 | 할 일 |
|---|---|
| 1 | AI에게 실제로 시키는 일 3가지를 적는다 |
| 2 | 각각에 네 질문(난이도·반복·데이터·검토)의 답을 적는다 |
| 3 | 지금 쓰는 모델이 그 답과 맞는지 본다 |
| 4 | 안 맞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만 바꿔본다 |
이걸 한 번 적어두면 다음에 새 모델이 나왔을 때 판단이 10분 만에 끝납니다. 적어두지 않으면 매번 기사를 읽고, 벤치마크를 뒤지고, 반나절을 쓰고, 결국 "그냥 쓰던 거 쓰자"로 돌아갑니다.
자주 묻는 것들
오픈웨이트가 공짜면 다들 그걸 쓰면 되지 않나요?
토큰 요금이 없을 뿐이지 공짜는 아닙니다. 돌릴 컴퓨터가 필요하고, 설치하고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가끔 쓸 거면 API가 훨씬 쌉니다. 규모가 커지거나 데이터를 밖에 못 내보낼 때 유리해지는 선택지예요.
캐시 인하가 저한테도 해당되나요?
같은 자료를 반복해서 넣는 구조가 아니라면 거의 해당되지 않습니다. 매번 다른 질문을 하는 방식이면 기본 가격만 적용됩니다.
그럼 지금 뭘 써야 하나요?
쉬운 일이면 저가, 어려운 일이면 상위, 데이터를 못 내보내면 오픈웨이트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쓰는 게 정상입니다. 하나로 통일하려는 것 자체가 비용을 올립니다.
정리하면
- 9월 1~2일 이틀 사이 두 회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격을 내렸습니다. 앤트로픽은 캐시만, 구글은 정가를요.
- 배경엔 8월 14일 공개된 오픈웨이트 모델이 만든 0원 바닥이 있습니다.
- 모델은 가격표로 고르는 게 아니라 난이도·반복·데이터·검토 네 질문으로 고릅니다.
- 지금 가격은 한시적입니다. 제미나이는 2027년 1월 1일에 두 배가 됩니다.
- 단가가 내려가도 총액은 오를 수 있습니다.
메뉴판을 아무리 오래 봐도 뭘 먹을지는 안 정해집니다. 내가 지금 배가 고픈지, 잠을 깨려는 건지부터 정해야 정해지죠. 모델도 같습니다. 먼저 요구사항부터 정의해볼게요 — 그러면 고를 것은 대개 하나로 좁혀집니다.
참고한 기사
- Anthropic releases new models, cuts agent costs — Axios
- Everything to know about Fable 5.1 — The Neuron
- Alibaba's Qwen3.8-27B runs local, scores like the cloud — TNW
- As Token Costs Plunge, Enterprise AI Providers Face A New Margin Squeeze — Forbes
- The AI Bubble Isn't Bursting But A Vicious Price War Is Here — Forbes
- AI Unit Economics: Pricing & Margins — Digital Applied
본문 도표는 위 기사에 나온 수치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로고는 각 회사의 상표이며 어떤 제품을 가리키는지 표시하는 용도로만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