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하나 해볼게요.
앱으로 택시를 부릅니다. 차가 옵니다. 문이 위로 열립니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보니 운전석이 없습니다. 핸들도 없고 페달도 없어요. 좌석 두 개가 나란히 있고, 앞은 그냥 유리창입니다. 기사 아저씨가 안 계신 게 아니라, 기사가 앉을 자리 자체가 설계에서 지워진 차예요.
타시겠어요?
이 질문이 오늘 현실이 됩니다. 테슬라가 미국 오스틴에서 사이버캡 출시 행사를 엽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내일 새벽 6시 45분이에요. 핸들도 페달도 없는 2인승 자율주행 전용 차량이고, 일반인이 수동 조작 장치가 아예 없는 차를 공공도로에서 타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는 배차 로직을 짜본 적이 있어요. 어디서 태우고 어디에 내려주고, 몇 분 걸릴지 계산해서 가장 가까운 차를 붙이는 것 —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미 짰어요. 진짜 어려운 건 그 다음이에요. 운전석에서 사람을 지우는 것. 오늘 이야기는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웠고, 왜 지금이 분기점인지에 대한 겁니다.
핸들을 없앤다는 게 왜 큰일이냐면
자동차에서 핸들은 130년 가까이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엔진이 전기모터로 바뀌고, 계기판이 화면으로 바뀌고, 열쇠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핸들은 그대로였어요.

지금까지의 자율주행차는 전부 "웬만하면 AI가 하고, 이상하면 사람이 잡는다" 구조였습니다. 테슬라가 지금 굴리는 모델Y 로보택시도 그렇고요. 핸들이 있으니 최악의 경우 누군가 잡을 수 있어요.
개발자들은 이런 걸 폴백(fallback) 이라고 부릅니다. 자동화가 실패했을 때 사람이 넘겨받는 비상 경로예요. 저희는 이걸 꼭 남겨둡니다. 있으면 마음이 편하거든요. 안 되면 사람이 하면 되니까.
사이버캡은 그 경로를 물리적으로 제거했습니다. 잡을 손잡이 자체가 없어요. 이건 디자인 취향이 아니라 선언입니다. "소프트웨어가 100% 책임진다, 물러설 곳은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게 가능해지면 차의 설계가 통째로 자유로워집니다. 운전석을 중심으로 짜여 있던 실내 배치가 필요 없어지고, 핸들·페달·조향 칼럼 같은 부품이 통째로 빠지고, 좌석을 두 개만 놓을 수도 있게 됩니다. 사이버캡이 2인승인 것도 그래서예요. 택시 승객의 대부분은 한두 명인데, 지금까지는 운전석 때문에 5인승을 만들어야 했던 겁니다.
더 큰 혁신은 규제 쪽에 있습니다
여기가 이번 건에서 제일 과소평가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개발자 눈에는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고요.
미국에는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 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준이 핸들과 페달이 있는 차를 전제로 쓰여 있다는 거예요. 핸들이 없으면 애초에 시험 항목을 통과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면제를 신청합니다. "우리 차는 특수하니 예외로 해달라"고요. 그런데 이 면제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연간 2,500대. 그 이상은 못 만듭니다. 로보택시로 도시를 덮겠다는 회사에게 연 2,500대는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숫자예요.

테슬라는 면제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기준을 그대로 통과하도록 설계했어요.
방법이 영리합니다. 연방 인증 시험을 받을 때는 차에 임시 핸들과 페달을 답니다. 그 상태로 기존 안전기준을 정상적으로 통과해요. 그리고 고객에게 가는 최종 차량에서는 그 장치를 제거합니다. 앞자리는 운전석이 아니라 '승객석'으로 취급되고, 그에 맞는 탑승자 보호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결과적으로 생산 한도가 없습니다. 테슬라 차량 엔지니어링 총괄도 사이버캡이 2,500대 한도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확인했고요. 2026년 2월에 첫 무핸들 차량이 라인에서 나왔고 4월부터 연속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5월 26일에는 EPA 적합성 인증도 받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