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 자리에서 핸들 없는 택시를 타시겠냐고 여쭤봤습니다. 오스틴 행사가 열리기 전이었고, 저는 발표 문구에 휘둘리지 말고 세 가지만 확인하자고 했어요. 요금을 받는가, 앱에서 부를 수 있는가, 가격표가 나오는가.
행사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답을 채우다가, 예상하지 못한 걸 하나 발견했어요.
가장 강한 증거는 발표 내용이 아니라 테슬라가 자기 웹페이지에서 조용히 지운 한 문장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차부터 한번 보시죠.

문이 위로 열리고, 안에 좌석 두 개가 나란히 있습니다. 그리고 앞쪽이 비어 있어요. 사진으로 보면 "핸들이 없다"는 말이 훨씬 실감 납니다. 어제 글에서 제가 "기사가 안 계신 게 아니라 기사가 앉을 자리 자체가 지워진 차"라고 쓴 게 이 모습이에요.
어제의 문장과 오늘의 문장
어제 글을 쓸 때 테슬라 공식 로보택시 페이지를 캡처해뒀습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Cybercab, our purpose-built fully autonomous vehicle, will offer rides in your area in the future."
사이버캡은 앞으로(in the future) 운행할 거라는 문장입니다. 출시 행사 당일에도 회사가 직접 그렇게 써두고 있었죠. 어제 제가 "오늘이 시작은 아니다"라고 쓴 근거가 이거였습니다.
오늘 같은 페이지를 다시 열었습니다.

문장이 없어졌습니다.
미래형이 현재형으로 바뀐 게 아니에요. 문장을 통째로 지웠습니다. 그리고 첫 문단의 "모델Y로 시작한다(starting with Model Y)"도 같이 빠지고, "우리 자율주행 함대(our fleet of autonomous vehicles)"로 바뀌었어요.
바뀐 건 글자만이 아닙니다.

페이지를 열자마자 보이는 자리의 차가 모델Y에서 사이버캡으로 교체됐습니다. 그 위에 적힌 문장도 "앱을 받고, 타세요"예요. 안내가 아니라 권유입니다.
기업 웹페이지에서 한 문장이 사라지는 건 보도자료보다 정직한 신호입니다. 보도자료는 홍보팀이 쓰지만, 제품 페이지의 시제는 법무팀이 봅니다. 아직 못 하는 걸 "하고 있다"고 써두면 그게 곧 리스크가 되니까요.
왜 이게 발표 내용보다 중요하냐면
같은 페이지 아래쪽에 함대 소개란이 있습니다. 사이버캡, 모델Y, 로보밴 세 칸이에요.

로보밴 칸의 마지막 줄을 보세요. "Arriving soon."
테슬라는 아직 안 나온 제품에 꼬리표를 답니다. 로보밴에는 지금도 붙어 있어요. 그런데 사이버캡 칸에는 없습니다. 좌석이 몇 개고 트렁크에 뭐가 들어가는지만 적혀 있어요. 어제까지 사이버캡에도 사실상 같은 꼬리표("in the future")가 붙어 있었는데, 오늘 그것만 떨어진 겁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회사가 스스로 제품을 다른 칸으로 옮겼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능 플래그를 다뤄본 적이 있어요. 기능을 만들어놓고 enabled: false로 잠가두면, 코드는 이미 배포돼 있지만 아직 없는 기능입니다. 그 플래그를 true로 넘기는 순간 성격이 달라져요. 버그가 나면 그건 이제 "미완성"이 아니라 "장애"입니다. 책임의 종류가 바뀌는 거죠.
테슬라가 오늘 한 게 정확히 그겁니다. "앞으로 할 것"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플래그를 넘겼어요. 사고가 나면 이제 "아직 준비 중이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용약관도 같이 고쳐서 'Robotaxi'의 정의 자체에 사이버캡을 집어넣었거든요 — "By using a Robotaxi (which includes both Model Y Robotaxis and Cybercabs)".
발표 무대에서 무슨 말을 했느냐보다 이쪽이 훨씬 단단한 근거입니다. 무대 위의 말은 되돌릴 수 있지만, 약관의 정의는 되돌리기 어려워요.
그래서 세 가지 질문은 어떻게 됐나
이제 어제의 체크리스트로 돌아가죠.

① 요금을 받는가 — 받습니다.
흥미로운 건 답이 나온 경로예요. 로이터는 행사 당일 기사에서 "테슬라가 사이버캡 요금을 받을지 명시하지 않았다"고 썼습니다. 회사가 기자들에게 답을 안 한 거죠.
그런데 지원 페이지에는 써 있습니다.
"as part of our introductory program, we will charge a simple, affordable rate plus applicable taxes and fees for all rides within the available service area."
서비스 구역 내 모든 승차에 요금을 청구한다는 겁니다. 여기에 이용약관이 사이버캡을 'Robotaxi'에 포함시켰으니, 사이버캡도 대상이에요. 말로는 답하지 않고 문서로 답한 셈입니다.
다만 금액은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이라고만 하고, 바로 뒤에 "가격은 변경될 수 있다"를 붙였어요.
② 앱에서 사이버캡을 부를 수 있는가 — 절반만.
앱에 사이버캡과 모델Y가 나란히 뜨는 화면이 생겼습니다. 어제 제가 "앱에 뜨는 순간이 진짜 시작"이라고 했으니, 이건 진도가 나간 겁니다.
그런데 테슬라 FAQ의 답을 그대로 읽으면 온도가 달라져요.
"Initially, the vehicle assigned for your Robotaxi ride will be based on what is available and the number of riders in your group."
배차 차량은 가용 여부와 일행 인원수에 따라 정해진다는 겁니다. 고르는 화면은 생겼는데, 고른 대로 온다는 말은 회사가 하지 않았어요. 사이버캡 호출도 오스틴 일부 구역에서만 됩니다.
③ 3만 달러 가격표 — 안 나왔습니다.
갱신된 공식 페이지 어디에도 사이버캡 가격 표기가 없습니다. 3만 달러는 여전히 2024년 공개 당시 머스크의 목표 발언이에요.
여기서 눈에 띄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 공개된 문서들이 전부 단서를 달고 있어요. 요금은 "도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introductory)", 배차는 "초기에는(Initially)", 가격은 "변경될 수 있음". 사이버캡 호출 구역은 "오스틴 일부". 회사가 문을 열긴 열었는데, 경첩마다 되돌릴 여지를 남겨둔 겁니다.
도로 위 현실은 어느 정도 크기인가
숫자를 보면 온도가 확실히 잡힙니다.

로이터가 텍사스주 차량국 등록 자료로 집계한 숫자입니다. 행사 전날인 9월 2일 저녁 기준으로, 테슬라가 텍사스에 등록한 자율주행차가 420대, 그중 사이버캡이 45대예요. 같은 주에서 웨이모는 988대를 등록해뒀습니다.
45대. 오스틴이라는 도시 하나에, 그것도 일부 구역에 45대입니다. 서울 개인택시가 2만 대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감이 오실 거예요.
그리고 등록 대수는 운행 대수가 아닙니다. 정비 중인 차, 대기 중인 차, 안전요원이 타고 도는 차가 다 여기 섞여 있어요. 실제로 손님을 태우고 무감시로 도는 차는 이보다 적습니다.
어제 글에서 웨이모와의 누적 주행거리 격차가 580배라고 썼는데, 그 격차는 오늘 하루로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45대가 하루에 아무리 달려도 2억 마일에는 닿지 않으니까요.
시장 반응도 이 온도에 가까웠습니다. 주가는 행사를 앞두고 올랐지만 발표 뒤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어요. 모건스탠리는 행사 전 노트에서 목표주가 400달러와 중립 의견을 유지하면서, 관건은 무대가 아니라 무감시 함대가 실제로 늘어나느냐라고 봤습니다. 사이버캡 25~50대가 실제 유료 운행에 들어가면 긍정적으로, 시연에 그치면 흐지부지될 거라는 기준을 내놨고요.
더 날 선 평가도 있습니다.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은 행사 전부터 이번 오스틴 행사를 "아직 존재하지 않는 제품의 홍보 행사" 라고 깎았어요. 오늘의 결과를 놓고 보면, 이 평가는 절반은 빗나가고 절반은 맞았습니다. 제품은 존재했고 도로에 나왔지만, 45대이고 가격표는 없었으니까요.
사이버캡은 모델Y를 밀어내지 않는다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시는 지점을 하나 짚고 갈게요. "이제 모델Y 로보택시는 사라지고 사이버캡으로 바뀌는 건가?" — 아닙니다.

생긴 것부터 다릅니다. 왼쪽이 2인승 사이버캡, 오른쪽이 4인승 모델Y예요. 조건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정원이 절반입니다. 모델Y는 4명인데 사이버캡은 2명이에요. 탑승 연령도 다릅니다. 개정된 이용약관을 정리한 보도에 따르면 모델Y는 8세 미만이 탈 수 없고, 사이버캡은 13세 미만이 탈 수 없어요. 다섯 살이 올라갔습니다. 운전석 자체가 없으니 보호자가 앉을 자리 구조가 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사이버캡은 모델Y의 후속 모델이 아니라 다른 수요를 가져가는 차예요. 택시 승차의 대부분은 한두 명인데, 그 구간을 더 싼 차로 처리하겠다는 겁니다. 세 명 이상이거나 짐이 많으면 여전히 모델Y가 옵니다.
테슬라가 앱에서 두 차종을 나란히 보여주기 시작한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대체가 아니라 분화예요.
배차 로직 짜는 입장에서 보면 이게 꽤 큰 변화입니다. 어제까지는 "가장 가까운 차"만 찾으면 됐어요. 오늘부터는 인원수와 차종과 구역을 같이 봐야 합니다. 조건이 하나 늘면 경우의 수는 곱하기로 늘어나거든요. 테슬라가 FAQ에 "초기에는 가용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고 써둔 건, 솔직히 말해 아직 그 로직을 여유 있게 돌릴 만큼 차가 없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45대로는 고르게 해줄 수가 없어요.
앞으로 뭘 보면 되나
어제는 "행사에서 무엇이 나오는지"를 봤습니다. 오늘부터는 볼 게 달라져요. 발표가 아니라 누적을 봐야 합니다.
첫째, 사이버캡이 오스틴 밖으로 나가는가. 지금은 오스틴 일부 구역 한정입니다. 댈러스나 마이애미에서 사이버캡이 잡히기 시작하면, 그건 한 도시에서 검증이 끝났다는 신호예요. 반대로 6개월 뒤에도 오스틴에만 있으면 확장이 막힌 겁니다.
둘째, "Initially"가 언제 떨어지는가. 배차 FAQ에서 이 단어가 빠지고 "원하는 차종을 고를 수 있다"로 바뀌는 시점이 진짜 상용화 시점입니다. 차가 넉넉해져야 고르게 해줄 수 있으니까요.
셋째, 요금이 숫자로 공개되는가.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은 아직 마케팅 문구입니다. 우버·리프트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는 숫자가 나오면, 그때부터 이건 기술 뉴스가 아니라 교통 뉴스가 됩니다.
넷째, 무감시 주행거리. 이게 결국 전부입니다. 웨이모가 공식 대시보드에 누적 거리를 계속 올리는 이유가 있어요. 안전을 주장하는 유일한 방법이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가 사이버캡의 무감시 거리를 별도로 공개하기 시작하면, 그건 자신이 붙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당장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를 유상 운송에 쓰려면 시범운행지구 지정과 개별 허가가 필요하고, 핸들 없는 차는 그 이전에 안전기준 문제부터 걸립니다. 다만 미국에서 45대가 450대가 되고 4,500대가 되는 속도는 지켜볼 만해요. 그 속도가 곧 협상 테이블의 온도가 될 테니까요.
자주 묻는 것
사이버캡을 지금 탈 수 있나요?
미국 오스틴 일부 구역에서 로보택시 앱으로 호출하면 배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사이버캡을 지정해서 부를 수는 없어요. 테슬라 FAQ는 "초기에는 가용 여부와 인원수에 따라 배차된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요금은 얼마인가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도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에 세금과 수수료를 더해 청구한다"고만 밝혔고, 호출 시 앱에 예상 요금이 표시된다고 안내합니다.
사이버캡을 개인이 살 수 있나요?
아직입니다. 오늘 행사에서도 소비자 가격표는 나오지 않았어요. 3만 달러 이하라는 이야기는 2024년 공개 당시 머스크의 목표 발언입니다.
아이와 함께 탈 수 있나요?
사이버캡은 13세 미만이 탈 수 없고, 13~17세는 보호자가 함께 타야 합니다. 모델Y 로보택시는 8세부터 가능합니다. (9월 3일 개정된 이용약관을 정리한 보도 기준)
웨이모보다 나은가요?
누적 무감시 주행거리로는 웨이모가 압도적입니다. 텍사스 등록 대수도 웨이모가 988대로 테슬라 420대보다 많고요. 테슬라의 승부수는 성능이 아니라 단가입니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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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공식 페이지에서 "사이버캡은 앞으로 운행할 것"이라는 문장을 삭제했습니다. 미래형이 현재형으로 바뀐 게 아니라 문장이 사라졌고, 로보밴에는 "Arriving soon."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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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약관의 'Robotaxi' 정의에 사이버캡이 포함됐습니다. 발표 문구보다 이쪽이 단단한 신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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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은 받습니다. 다만 금액은 비공개이고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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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 사이버캡 화면이 생겼지만, 회사는 "초기에는 가용 여부에 따라 배차된다"고 답합니다. 골라 탈 수 있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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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달러 가격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세 질문 중 명확한 "예"는 하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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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에 등록된 사이버캡은 45대입니다. 웨이모는 같은 주에 988대를 등록해뒀어요.
어제 저는 핸들 없는 차를 타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오늘 답은 "탈 수 있게 됐지만, 45대뿐이고, 고를 수는 없고, 얼마인지는 모른다"입니다.
그래도 문장 하나가 지워졌어요. 저는 그게 오늘의 진짜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자기 페이지에서 시제를 바꾸는 건 자신이 생겼을 때뿐이거든요. 어렵지 않아요. 앞으로는 발표 무대 말고 이 페이지를 가끔 열어보시면 됩니다. 다음에 "Initially"가 사라지는 날, 그때 다시 쓰겠습니다.
참고한 자료
- Tesla Robotaxi 공식 페이지 — 함대 구성, 운행 도시, 삭제된 문장의 전후 비교 (9월 3일·4일 캡처)
- Tesla Robotaxi 지원 페이지 — 요금 정책, 배차 방식 FAQ
- Tesla says it is offering Cybercab rides in limited areas of Austin, Texas — Reuters — 텍사스 등록 대수 420대·사이버캡 45대·웨이모 988대
- Tesla Updates Robotaxi App to Add Support for Cybercab Rides — Not a Tesla App — 앱 차종 선택 화면
- Tesla Robotaxi Terms Now Cover Cybercabs — TeslaNorth — 약관 정의 변경, 탑승 연령
- Tesla Stock's Next Move Hinges on Cybercab — Benzinga — 모건스탠리 목표주가·판단 기준
- TSLA Stock Slips On Bear Warning That Upcoming Cybercab Event Is No Milestone — Yahoo Finance — GLJ리서치의 비판
- 택시를 불렀는데 운전석이 아예 없다면, 타시겠어요? — 코스믹허슬 — 이 글의 원글
- CybercabSTHLM2402.jpg — 위키미디어 커먼즈 — 사이버캡 실물 사진 (퍼블릭 도메인, 촬영 Ulkl)
본문 도표는 위 자료의 수치와 공식 페이지 캡처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사이버캡 실물 사진은 위키미디어 커먼즈의 퍼블릭 도메인 이미지이고, 함대 사진은 테슬라 공식 페이지를 설명 목적으로 캡처한 것입니다. 캡처와 사진의 주황 표시는 모두 이 글에서 덧붙인 강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