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안쪽 자리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증기를 내뿜는 소리가 이따금 대화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고,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검지로 문지르고 있었다. 손끝이 축축하고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 뭔가 확실히 만져지는 게 있다는 느낌이었으니까.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얼음을 와그작 씹으며 물었다. talk_2 요즘 뭐 하고 지내? 별거 아닌 질문이었다. 안부 인사, 딱 그 정도의 무게였다. 그런데 나는 대답을 못 하고 잔만 만지작거렸다. 입 안에서 문장 서너 개가 동시에 줄을 섰다가 서로...

화장실 문을 닫고 세면대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렸다. 찬물이 손등을 타고 흘렀고 손끝은 금방 아렸는데, 방금까지 언성을 높이던 목소리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직 웅웅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더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화가 나야 할 자리엔 서늘한 물소리만 고여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포기한 게 아니라 체념한 거였다. 둘은 완전히 다른 동네에 사는 단어라는 걸, 그 물소리를 들으면서 처음 실감했다. 싸움을 그만둔 사람에게 나타나는 다섯 가지 순간 사람들이 "체념했다"는 말을 쓸 때 떠올리는 장면은 대체로 비슷...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뒷자리에서 뭔가 툭 하고 어깨에 닿았다. 손수건이었다. 하얀 면 소재에, 모서리에 작은 체크 무늬가 있는. 6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이 먼저 말을 걸었다. "눈물 흘리셨잖아요." 나는 그때 이어폰을 끼고 있었고,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고, 내가 울고 있는지도 몰랐다. 사실 울고 있었다. 지하철역 환승 구간에서 받은 전화 한 통이 아직 귓속에서 식지 않았던 것이다. 그 손수건은 따뜻했다. 방금 누군가의 손 안에 있다가 나온 것처럼, 체온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손수건을 받았다. 고맙다고 했고, 버스가 도착할

수저를 꺼내는 손이 잠깐 멈췄다. 찬장 두 번째 칸, 접시 무더기 바로 왼쪽. 그 자리에 항상 있던 머그잔이 없었다. 정확히는,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어제 내가 꺼내서 씻고 건조대에 올려뒀으니까. 건조대에서 찬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가 그걸 안 했으니까. 별일도 아닌 그 사실을 인식하는 데 3초가 걸렸고, 그 3초 동안 뭔가가 흔들렸다. 뭘.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집에 혼자 있었다. 탓할 사람도, 탓받을 사람도 없는 평온한 아침이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 비라서 소리가 두꺼웠다. 에어컨은 꺼진 채였고 실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나는 네 합격 소식을 들었다. 냉장고 옆 벽에 기대어 서서, 엄마가 수화기 너머로 "언니가 붙었대" 하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나는 "진짜요?" 하고 대답했다. 정확히 그 온도까지 기억한다 — 냉장고 뒤쪽에서 새어 나오는 미지근한 바람이 왼쪽 팔꿈치에 닿던 느낌. 목소리는 환했고, 나는 그 환한 목소리를 내는 데 아무런 노력도 들이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가족 갈등의 원인이 뭔지 궁금해서 검색창에 글자를 쳐 넣는 사람이라면, 아마 지금 이 편지의 첫 줄에서 이미 뭔가 알아보는 게 있을 거다. 싸웠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