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빵이 편의점을 뒤집었습니다. 출판사가 GS25와 손잡고 내놓은 빵이 출시 3일 만에 5만 개 팔렸고, 빵 매출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했어요.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상품 이름이 이렇습니다.
- 사랑에 대하여 (모카번 커스타드맛)
-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깨찰빵 솔티밀크맛)
- 오만과 편견 (모카번 우유크림맛)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깨찰빵 커스타드맛)
전부 민음사 책 제목이에요. 3일 매출 약 1억 5천만 원, 납품량의 95%가 소진, 모바일 앱은 품절 대란. 누적 10만 개가 팔렸습니다.
오늘은 이 민음사 빵이 왜 이렇게 됐는지 뜯어볼게요. "요즘 애들이 이상해서"로 끝낼 얘기가 아니라, 꽤 정교하게 설계된 기획이었거든요.
민음사 빵 종류와 판매처
먼저 궁금해할 정보부터 정리하고 갈게요.
| 상품명 | 종류 |
|---|---|
| 사랑에 대하여 | 모카번 커스타드맛 |
|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 깨찰빵 솔티밀크맛 |
| 오만과 편견 | 모카번 우유크림맛 |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깨찰빵 커스타드맛 |
판매처는 GS25입니다. 첫 2종이 8월 21일 나왔고, 나머지 2종이 뒤이어 출시됐어요. 가격은 공식 발표가 없어서 여기 적지 않을게요.
품절이 잦아서 GS25 앱에서 재고를 확인하고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SNS에 매장 재고를 묻는 글이 쏟아진 것도 그래서예요.
민음사 빵 책갈피 20종이 진짜 상품입니다
이 기획의 핵심은 빵이 아닙니다. 책갈피예요.
빵 하나에 책갈피가 한 장 들어가는데, 총 20종이 무작위입니다.
- 세계문학전집 작품 활용 15종
- 시집 작품 활용 5종
무작위. 이 단어가 전부입니다. 원하는 책갈피를 얻으려면 계속 사야 해요. 포켓몬 카드가 그랬고 이 빵도 똑같습니다. 소비자가 사는 건 빵이 아니라 뽑기 한 번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책갈피를 투명하게 만들었어요. 이유가 명확합니다.
"투명 책갈피는 뒤에 비치는 책의 문구가 인증샷으로 예쁘겠다고 생각했다" — 고다슬 GS25 디저트팀 MD의 말입니다. 소재를 고른 이유가 곧 확산 전략이었어요.
투명하니까 자기 책 위에 올려 찍으면 글귀가 비쳐 보입니다. 사진이 예뻐지고, 예쁘면 SNS에 올라가고, 올라가면 남들이 사러 가요. 인증샷이 잘 나오도록 소재를 정한 것이지 우연이 아닙니다.
굿즈 기획에서 "예쁘게 만들자"와 "사진이 잘 나오게 만들자"는 완전히 다른 목표입니다. 앞은 취향이고 뒤는 유통이에요.
시작은 도서전에서 줄 선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기획을 밀어붙인 사람은 GS25 디저트팀의 고다슬 MD입니다. 그의 말이 기획 전체를 설명해요.
"보통 빵은 캐릭터·아이돌 등과 컬래버를 정말 많이 해요. 저는 상품기획자 생활에서 나름 '일탈'을 해보고 싶었어요."
빵 협업의 공식은 정해져 있습니다. 인기 캐릭터를 데려오고, 그 색깔에 맞춰 맛을 정하고, 포장에 얼굴을 크게 박는 거죠. 안전하고, 그래서 뻔합니다.
전환점은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이었어요. 고 MD는 거기서 민음사의 '패러렐 커버'를 봤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걸 봤죠. 20·30대 여성들이 책과 굿즈를 사려고 한 시간씩 줄을 서고 있었어요.
빵을 사려고 줄 선 게 아니라 책을 사려고 줄 선 사람들. 그 장면에서 "이건 될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고 합니다.
기획 순서가 거꾸로였습니다
여기서 진짜 차이가 나옵니다.
보통은 캐릭터를 정하고 → 거기 맞춰 맛을 정합니다. 캐릭터가 노란색이면 바나나맛, 이런 식이죠. 맛이 캐릭터에 종속돼요.
그런데 이번엔 순서를 끊었습니다.
"'민음사라는 IP', '맛있는 빵', '누구나 갖고 싶은 굿즈'를 각각 따로 고민한 뒤 하나로 합쳤다"
세 가지를 독립적으로 최고로 만든 다음 붙인 겁니다. 그래서 빵은 캐릭터빵처럼 "맛은 좀 그래도 귀여우니까"가 아니라, 그냥 모카번과 깨찰빵으로 승부를 봐요. 굿즈는 빵에 딸린 사은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갖고 싶은 물건이고요.
이 차이가 재구매를 만듭니다. 캐릭터빵은 한 번 사서 인증하면 끝이지만, 맛이 독립적으로 좋으면 다시 사거든요.
'텍스트힙'이 바닥에 깔려 있었습니다
민음사 빵이 통한 건 이미 흐름이 있어서입니다. 텍스트힙(text hip) — 책과 글을 읽는 행위 자체를 새롭고 힙한 문화로 받아들이는 현상이에요.
숫자로 보면 분명합니다.
| 구분 | 연간 종합독서율 |
|---|---|
| 20대 | 75.3% |
| 전체 성인 평균 | 38.5% |
20대가 전체 평균의 약 두 배를 읽습니다. "요즘 애들 책 안 읽는다"는 통념과 정반대예요.
업계 관계자의 설명도 같은 방향입니다. 북커버 수요가 급증한 이유가 "개인의 독서 취향을 보호하면서 책을 감성적인 패션 소품으로 연출하려는" 것이라고요.
즉 지금 20대에게 책은 읽는 물건이면서 동시에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민음사 로고가 박힌 빵을 편의점에서 사는 행위가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신호가 되는 거죠.

정리하면, 세 개가 겹쳤습니다
민음사 빵이 터진 구조를 분해하면 이렇습니다.
| 요소 | 장치 | 효과 |
|---|---|---|
| 정체성 | 민음사 IP, 책 제목을 상품명으로 | 사는 행위가 자기표현이 됨 |
| 수집 | 책갈피 20종 무작위 | 한 번 사고 끝나지 않음 |
| 확산 | 투명 소재 = 인증샷 최적화 | 구매자가 광고를 대신함 |
하나만 있었으면 이 정도는 안 됐을 겁니다. 책 제목만 붙였으면 그냥 특이한 빵이고, 랜덤 굿즈만 넣었으면 흔한 뽑기예요. 셋이 서로를 밀어주는 구조라서 3일에 5만 개가 나간 겁니다.
그래서 뭘 가져갈 수 있냐면
브랜드 협업을 고민한다면 여기서 건질 게 두 가지 있어요.
첫째, 안 어울리는 조합이 오히려 무기가 됩니다. 출판사와 편의점 빵은 상식적으로 안 붙습니다. 그런데 안 붙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을 해요. "출판사가 빵을 판대"는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입니다. 어울리는 협업은 안전한 대신 화제가 안 돼요.
둘째, 확산 경로를 소재 단계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투명 책갈피가 그 증거예요. 다 만들어놓고 "이제 어떻게 알리지?"가 아니라, 만들 때부터 "이게 어떻게 퍼질까"를 넣은 겁니다. 마케팅 예산을 쓰는 대신 제품이 스스로 퍼지게 만든 거죠.
물론 이건 텍스트힙이라는 흐름이 이미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없는 흐름을 만들어낸 게 아니라, 있는 흐름 위에 정확히 올라탄 것에 가까워요. 도서전에서 줄 선 사람들을 본 그 순간이 시작이었던 이유입니다.
편의점에서 『오만과 편견』을 집어 드는 게 이상하지 않은 시대. 다음엔 또 뭐가 나올까요?
참고 자료
- 헤럴드경제, "'민음사 빵' 왜 난리야? 편의점 뒤집은 '텍스트힙' [언박싱]"
- 이데일리, "'일탈하고 싶었어요' MZ의 '직감' 통했다…민음사빵 대박난 사연"
- 아시아경제, "'이 빵이 뭐길래' MZ 오픈런…출시 하자마자 매출 1위 오른 민음사 협업 베이커리"
- 뉴시스, "GS25, '민음사 빵' 10만개 판매…'텍스트힙 트렌드 맞춰 협업'"




